방명록 첫화면으로 Korean 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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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 쌓기 1998  
        알미늄 쌓기 2001  
        복잡성 연구 2004  
        생명의 그물-파이프 2007  
        생명의 그물-나무 2007  
        양구평상 설치일기 2009  
        뒤틀림-그물망 2010  
 
양구 평상 설치 일기

양구에 있는 박수근미술관과 할아텍이라는 작가 단체에서 기획하는 트라이앵글 프로젝트에 참여하다.
생명의 다리를 중심으로 예술작품이 사회에 어떻게 소용될 수 있는가하는 예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내 작품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씀하시는 동네 어르신의 평에 감격하여 그만, 마을회관 앞 느티나무 밑에 주민들이 모여서 쉴 수 있는 평상을 만들어주기로 함.

마을 입구에는 어디에나 잘생긴 느티나무와 평상이 있기 마련인데 휑한 시멘트 바닥에 느티나무만 홀로 서있는 것이 좋지 않게 보였다.
나무 밑에 멋진 평상이 있다면 나무가 더 돋보이고 사랑받을 텐데.



양구 트라이앵글 프로젝트 설치작품-마을회관 앞 느티나무에게 기증
작품 제목 : 나무 밑 평상 (A Flat Bench under a Tree)의 모형
2009, 철 파이프 + 나무, 300 x 400 x 40cm



설치하던 날, 아침 일찍 실어 보낸 짐이 오기 전에 먼저 도착해서 나무를 붙잡고 포즈를 취하다.
여유를 부리던 것과는 달리, 조수의 사정 상 하루에 일을 꼭 마쳐야했기에 마음이 급했다.



준비해 온 쇠파이프로 얽기 설기 그물망을 만들어 나무와 주변 공간에 맞추고 수평을 맞추다.
나무가 너무 길 끝에 몰려 심긴 것이 아쉽다. 이 때문에 준비해온 모형과 달리 나무를 배치했다.



사진을 찍을 새도 없이 조수를 다그쳤는데도 데크를 다 깔기 전에 날은 완전히 저물고, 저녁도 거른 채 일을 했다.
마침 조명을 두 개 들고 가서 계속 일할 수 있었다.



겨우 데크를 완성하고 나니 12시가 되었다.
작업실에서 미리 다 만들어왔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래도 하루 설치는 무리였나 보다.
나사 박는 것만 해도 수 백 개였으니.
그래도 완성의 기쁨을 맛보며 평상에 누워본다.
쾌적하게 시원한 가을밤에 느티나무 밑 평상에 누우니, 임시이긴 하지만 조명까지 분위기가 좋았다.
내가 바라던 게 바로 이거였어.

늦게라도 돌아가려고 짐을 챙겨 출발했는데, 차에 기름이 없다. 이런.
문을 연 주유소를 찾아 한참을 헤매다가 포기하고 다시 돌아와 마을회관에서 새우잠을 자다.



아침에 일어나서 기왕 늦은 김에 나무에 스테인까지 칠하니 이제야 완성된 느낌이다.



마을회관 위에서 본 평상. 나무와 잘 어울려보여서 무척 흐뭇하다.

평상을 설치하는 동안 많은 주민들이 나와서 구경하며 한마디씩 참견도 하였다.
파이프를 배치하다가 나무 기둥이 파이프 사이에 꼭 끼는 듯 보이자 나무가 쑥쑥 자라는데 쇠가 닿으면 안 된다고 펄쩍 뛰시는 분,
이 나무가 마을에 얼마나 소중한 나무인지 새삼 일깨워 주시는 분도 계셨다.
그분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준비해간 파이프 하나를 바꾸어 나무가 앞으로 자라도 절대 쇠에 닿지 않도록 하였다.
조용히 지켜보다가 가시는 할머니도 계셨고 열두시가 되도록 기계 소리로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고 하자 괜찮다고 하시는 아주머니도 계셨다.
이렇게 동네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간섭도 하시는 것이 나는 참 좋았다.
이분들께 예술이란 어떤 의미일까? 반대로 예술이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면서,
이 작품이 좋은 예술이든 아니든 이 마을 사람들에게 소용이 되고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거의 자비로 평상을 마련하면서 들였던 수고와 노력이 아깝지 않겠다.

그나저나 설치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일주일째 몸살과 입병이 낫지를 않는다. 역시 하루 설치는 무리였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