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첫화면으로 Korean English
      평론  
      윤난지  
홍명섭  
      정헌이  
      강수미  
         
      에세이  
      2003  
      2004  
      2005  
      2007  
      2008  
      누구나 꾸는 꿈, 2009  
복잡성 연구
2004

김주현
 
일반적으로 가장 단순한 것으로 여겨지는 도형인 정육면체를 결합시켜 복합체를 만들 때,
그것은 얼마만큼 복잡해질 수 있을까?
정육면체가 점점 더해져 가는 과정 그 어디쯤에서 복잡성이 드러날까?
전체 형태가 아주 복잡해져서 완전히 다른 윤곽을 형성해도 여전히 그 부분이 정육면체임이 인식될 수 있을까?

정육면체를 하나씩 붙여나가는 것보다 일정한 단위로 묶어서 불려나가면 일이 쉽지 않을까.
먼저 아주 기본적인 정육면체의 집합을 최소 원칙에 따르는 임의로 만들고 그것을 1단계라고 하자.
그리고는 기왕이면 규칙적인 증식 법칙을 정해서 이번에도 최소 원칙에 의한 임의의 수 3곱하기를 실행한다.
1단계를 3개 만들어서 무게 중심과 형태와 밀집도를 고려하여 하나로 결합하면 2단계가 된다. 편의를 위해 3개의 같은 단계를 각각 빨강, 파랑 초록으로 구별한다.
3개의 1단계가 결합하다 보면 서로 닿는 면은 제거되기도 하고 결합을 위해 소수의 새로운 면이 새로 추가된다. 이것을 성장과정에서의 변화 또는 진화의 변이라 생각하자. 추가분은 검은 색으로 번호 매긴다.
3개의 2단계는 결합하여 3단계가 된다.
이 과정을 되풀이하여 5단계까지 한다.

이것이 단순한 가상 게임이 아니라 실재하는 세계와 그 안에 숨어있을 질서와의 관계에 관한 탐구임을 나타내기 위해서, 각각의 단계를 평면적인 도면과 입체 모형 그리고 그 모형을 틀로 삼아 속을 채운 시멘트 조각 작품, 이렇게 3가지 형식으로 구성한다.
입체 모형이 겹치거나 떨어지는 부분 없이 (특히 평면도에서 안으로 접기 부분이 잘리는 일 없이-틀 만들기에 중요한 조건) 하나의 펼친 그림이 되어야 하는 것은 입체와 평면 간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수학적 도전이다.
이렇게 그려진 평면도를 오리고 접어서 만들어진 속이 하나로 통하게 연결된 틀 안에 시멘트를 부어서 꽉 찬 몸체를 만들어 내는 것은 관념적인 수학을 물리의 세계에서 증명해내려는 조각적인 실험이다.

정육면체 증식 게임은 몇 단계나 계속될 수 있을까?
6,7,…10단계쯤 될 결과물의 복잡도는 얼마나 될까?
5단계 시멘트 작품을 보고 그것이 아주 기본적인 형태로부터, 곱하기 3이라는 매우 단순한 법칙에 의해 생겼으리라고 추측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실재 세계의 복잡성은 몇 번째 단계일까?
혹시 우리의 삶, 이 세계의 많은 생물들, 우주를 꽉 채우는 분자들의 복잡한 행태도 이렇게 단순한 증식원리가 적용된 건 아닐까?